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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워리어: '출근 늦어진 게 그렇게 화가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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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 댓글 0건 조회 232회 작성일 23-02-0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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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의 봄, 어느 화창한 아침이었다. 영국 웨일즈 수도 카디프의 한 기차역 승강장엔 검정 모자를 뒤집어 쓴 젊은 남성이 휠체어에 탄 채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열차가 도착했고, 이 남성은 즉각 휠체어에서 내려 선로로 기어 내려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남성은 자신의 몸을 수갑으로 선로에 고정시켰다. 승강장에 있던 다른 승객들 몇몇이 그를 따라 선로 곳곳에 몸을 묶었다.

검정 모자의 남성은 곧 경찰 두 명에게 끌려 나갔다. 남성이 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힘이 달렸다.

경찰은 또 다른 여성 참가자를 끌어내며 “당신은 열차 운행을 방해해 다른 승객들의 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방해물은 저 기차역”이라며 “나는 이런 불편을 매일 겪고 있다”고 받아쳤다.

많은 영국인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을 이날 시위는 그해 봄 영국 전역에서 벌어졌던 장애인 차별 철폐 운동의 일환이었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시위대는 버스와 기차를 점거하고, 교통수단과 도로에 자신의 신체 일부를 묶어가며 대중교통을 막아섰다.

많은 시민들은 출근길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이들에게 지지를 보냈지만, 시위 현장 곳곳에선 일부 시민들이 이들을 향해 폭언을 쏟아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시위를 이끌었던 인물 중 하나인 바바라 리시키의 이야기는 지난 3월 영국서 공개된 텔레비전 드라마 ‘그때 바바라는 앨런을 만났다(Then Barbara Met Alan)’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영국 의회에선 그해 11월 장애인 차별 금지법(The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1995)이 제정됐다.

그리고 27년이 지났다. 영국 기차역과 전철역의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보급률은 여전히 100% 한참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선 1995년 영국의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중이다. 다만 시위 규모는 차이가 크다. 당시 영국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비롯해 10만여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27년 전 영국의 장애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고, 또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BBC 영상 자료를 통해 되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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