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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시설 생활, 이게 사람의 삶입니까? / 조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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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 댓글 1건 조회 222회 작성일 23-03-0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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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로 탈시설 방해 공작 펴는 서울시
시설에서 저는 ‘인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불편함을 없애는 비용은 낭비가 아닙니다

[편집자 주] 최근 서울시가 탈시설 장애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상황과 그간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를 종합해보면, 전수조사에는 탈시설 정책을 후퇴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에 27일, 탈시설 장애인들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탈시설 장애인이자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인 조상지 씨의 발언문을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전문 게재합니다.

조상지 씨가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조상지 씨가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반갑습니다. 동지들.

저는 노들야학 학생이며, 탈시설장애인연대 회원 조상지입니다.

저는 16살에 강원도 철원에 있는 은혜요양원과 문혜요양원에 들어가 20년간 살았습니다. 비장애인들이 ‘꽃과 같다’는 10대, 20대를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보다도 못한 시설에서 갇혀 살아야만 했습니다.

저는 손을 쓰지 못합니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없어서 방 친구들이 먹다 남긴 밥과 반찬을 비벼 시설 직원이 숟가락 가득 퍼서 입 안에 구겨 넣으면, 십지도 못하고 삼켜야 했습니다. 사레가 들어 기침할 때 입에서 밥알이 튀어나오면 시설 직원은 “똑바로 못 먹고 일만 만든다”며 욕하고 때렸습니다. 밥 먹을 때 물을 한 컵밖에 주지 않아 목이 말라 욕실로 기어가서 대야에 얼굴을 담그고 물을 먹어야 했습니다.

시설에서의 삶은 지옥이었습니다. 2층에 있던 시설 창문에서 떨어져 죽고 싶었지만, 걷지도 못하는 내가 창문으로 올라갈 방법이 없어서 죽을 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있던 시설에는 500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있었습니다. 시설이 정해 준 시간 외에는 방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 없이 방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3층에 있던 발달장애인 중 한 명은 창문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죽고, 두 명은 다리를 다쳤습니다. 내 방에 같이 살던 중증발달장애인은 수시로 직원에게 맞았습니다. 도전행동이 심해지면 직원은 손과 발을 뒤로 묶고 바닥에 엎드리게 했고, 발달장애인 친구는 풀어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겨울에는 난방이 안 되고 이불도 많지 않아 너무 추워서 몸을 녹이기 위해 계속 몸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모두 동상에 걸렸고, 동상에 걸려도 병원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발을 잘라야 했던 동료도 있었습니다. 시설 직원이 욕실에서 놓쳐서 저는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너무 아파 누워서 울기만 했습니다.

그때 시설에는 간호사가 있었지만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약만 줬습니다. 탈시설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단체들은 “중증장애인을 탈시설 시키면 건강 상태가 악화돼 위험하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시설에 간호사가 있어서 안전하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습니까? 시설은 기본적인 안전과 건강도 보장할 수 없는 곳입니다.

지난 22일 오전 8시, 혜화역 승강장 선전전에서 조상지 씨가 의사소통보조기구(AAC)로 발언하던 중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양유진지난 22일 오전 8시, 혜화역 승강장 선전전에서 조상지 씨가 의사소통보조기구(AAC)로 발언하던 중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양유진

동지들, 이런 대우를 받는 게 사람입니까? 밥 먹는 개에게 발길질하는 모습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시설에 있던 저와 동료들은 개, 돼지 같은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인권이 어디 있습니까? 시설에서 저는 인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존재라고 가르칩니다. 사회에 도움이 안 되니 눈에 안 보이게 집이나 시설에 가두라고 합니다. 사람을 장애와 비장애로 나눠서 장애인을 마음껏 혐오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한다면 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병으로, 노화로 비장애인이 장애를 가질 가능성은 너무도 많습니다. 장애는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있는 것입니다.

사회가 함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고,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도로의 턱을 없애고, 가게마다 경사로를 놓는 노력을 한다면, 누구든 장애인이라 쓸모없다고,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죽고 싶다고 하진 않을 것입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을 이야기하면 정부와 사회는 늘 돈이 없다고 합니다. 불편함을 없애는 비용은 낭비가 아닙니다. 어떤 상황이 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누구나 꿈꾸는 세상 아닐까요.

저는 노들야학을 다니면서 교육을 통해 인권을 배웠고, 인간으로 태어나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동료들과 함께 정치권과 사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설에서 사육당했던 짐승의 모습이 아니라 제가 판단하고 선택하며 권리를 주장하며 행동하는 인간으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도 모두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 속에서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탈시설을 방해하고, ‘전수조사’라는 빌미로 장애인이 존엄하게 살 권리를 가로막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힘을 가졌다고 우리를 방해해도 탈시설을 향한 우리의 걸음은 흔들림 없이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걸요.

시설에 있는 마지막 한 명이 탈시설하는 그날까지 지치지 않고 끝까지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댓글목록

하늘님의 댓글

하늘 작성일

탈시설 장애인인 조상지씨가 서울시의 탈시설 방해 공작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상지씨는 시설에서 받았던 인권 침해와 불편함을 언급하며, 장애인의 권리와 사회의 불편함을 없애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탈시설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장애인의 존엄한 삶을 위해 탈시설을 향한 투쟁을 계속할 것을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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