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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호소하며 투신 사망… ‘미등록 장애인’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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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독수리 댓글 0건 조회 77회 작성일 23-11-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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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좋은친구들’ 직장 내 괴롭힘 호소
김경현의 삶과 죽음


[편집자 주] 10월 4일, 인천 연수구의 한 건물에서 김경현이 투신해 사망했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이 다닌 ‘사단법인 좋은친구들’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현재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노동·사회복지단체를 중심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태다.

공대위는 인천시에 ‘사단법인 좋은친구들’ 설립 허가 취소, 연수구청에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 중부고용노동청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현재 유족은 화장을 미루고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비마이너는 김경현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고, ‘좋은친구들’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보도한다.

 
고 김경현 씨의 영정 사진.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강혜민 

고 김경현 씨의 영정 사진.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지난 4일 오전 10시경, 인천 연수구의 한 건물 8층에서 김경현(52세)이 투신해 사망했다. 같은 건물 3층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남성이 바깥에서 ‘쿵’하는 소리에 창문을 내다봤다가 김경현을 발견했다. 남성을 비롯해 같이 있던 사람 네 명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오전 10시 3분이었다.

김경현은 그 건물에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하는 중개기관 ‘사단법인 좋은친구들’에서 지난 2022년 11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업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핸드폰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김경현은 이 단체 대표 엄아무개와 이사 한 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엄 대표가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형사고발 하겠다고 협박하며, “근무하다가 다친 활동지원사가 산재 절차를 문의해서 알려준 것이 기관 이익에 반하는 잘못된 행위”라면서 질책했다는 것이다.

삼일장을 마친 6일, 김경현의 남편 계율은 아내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인천 적십자병원 영안실에 안치시켰다. 장례식장 앞에서 유족과 민주노총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은 짧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편은 “아내가 그동안 직장에서 심한 괴롭힘을 받아왔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해 죽음을 막지 못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울먹였다.

 
지난 6일, 남편 계율 씨는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화장할 수 없다며 아내의 시신을 인천 적십자병원 영안실에 안치시켰다.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상복을 입은 계율 씨가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지난 6일, 남편 계율 씨는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화장할 수 없다며 아내의 시신을 인천 적십자병원 영안실에 안치시켰다.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상복을 입은 계율 씨가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장애 등록이 되지 않은 장애인, 김경현

김경현은 고등학교 졸업 후 부평동에 있는 문서파쇄기 업체에서 일하다가 20대 후반에 장애를 입었다. 고인의 셋째 언니 김덕자에 따르면, 김경현은 직장 상사가 동료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서 문제제기 하다가 뒷덜미를 세게 맞은 후 충격으로 하반신 마비를 입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김경현은 휠체어를 이용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김경현을 장애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장애유형에 속하지 않아 장애등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겐 어떠한 의학적 손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심리적 이유로 운동·감각기능에 이상증세를 보이는 ‘전환장애(conversion disorder)’였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임을 장애인복지카드로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김경현에겐 내보일 복지카드가 없었다. 그는 장애인이지만 장애인이 아니었다. 사는 동안 내내 주변으로부터 ‘가짜 장애인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등록장애인이면 받을 수 있는 휠체어 건강보험지원도 받지 못해 자비로 사거나, 누군가 쓰다 남은 휠체어를 받아 써야 했다. ‘미등록 장애인’의 삶이 김경현을 더욱 힘들게 했다.

- 김경현의 삶과 죽음

2001년 오이도역 추락사고로 촉발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그가 사는 인천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지역에도 ‘장애인이동권연대’가 꾸려지면서 인천에 있는 장애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을 중심으로 2004년 인천 부평, 남구, 계양, 연수구 등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만들어졌다. 2005년에는 인천시교육청을 점거하며 장애인 교육권 투쟁이 거세게 일었다.

김경현은 인천의 장애인운동이 일어나는 그 현장의 중심에 있었다. 2006년 박기연 열사 투쟁으로 시작된 인천 활동지원제도화 투쟁에서는 집행위원장을 맡아 궂은일을 해냈다.

장애를 입은 동생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집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언니 김덕자는 “자기가 장애인이 되니 장애인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남편도 그때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2004년에 만난 두 사람은 2016년에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 초기에 슬픔이 닥쳤다. 2017년 1월, 칠삭둥이로 태어난 두 사람의 아기는 30분 만에 김경현의 눈앞에서 숨졌다.

“애기가 너무 예뻤어요. 30분 동안 살아 있었거든요. 엄마랑 눈 마주치고 엄마 보는 데서 눈을 감았어요. 내 앞에서 아이가 죽었으니깐… 그걸 극복하느라 다른 장애아이들 돌보면서 우리 아이도 저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구나 싶었던 거지.” (언니 김덕자)

살아있으면 여섯 살이었다. 출산 전부터 자신의 아이가 장애인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김경현은 유독 발달장애아동에 관심이 많았다. ‘좋은친구들’ 입사 전,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방과 후 발달장애 청소년들에게 취미생활, 자립준비 등을 지원하는 일(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 후 활동서비스)을 한 것도 그런 관심에서였다. 하지만 일주일에 세 번, 하루 두 시간(오후 5시~7시) 하는 일이라 수입도 적고, 공무원으로 일하는 남편과 저녁을 보내기가 마땅치 않아서 2년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지난 6일, 유족들은 인천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계율 씨 옆에서 고인의 조카가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지난 6일, 유족들은 인천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계율 씨 옆에서 고인의 조카가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김경현은 작년 11월, 좋은친구들에 입사했다. 남편은 아내가 종종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유서에 따르면, 김경현은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5일까지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 이사님이 9월 25일에 좋은친구들을 그만두지 않으면 이사회를 열어서 형사고발 하겠다고 협박을 하네요.” (김경현의 유서 중에서)

하지만 김경현은 퇴사하지 않았다. 6일의 추석 연휴 동안 김경현은 주말에 성당 외에는 어디에도 가지 않은 채 집에서 남편과 시간을 보냈다. 김경현이 그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지는 알 수 없다. 지난 6일, 인천 부평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편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전혀 안 했어요. 얘기를 들었으면 당연히 그만두라고 했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하나도 안 했으니까 제가 지금 아주 답답해 미치겠는 거예요.”

평소 아침에 출근하면 두 사람은 9시쯤 짧게 통화를 했다. 그날 아침에도 남편은 아내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9시 10분쯤 아내에게 “바빠”라는 문자가 와서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가 10시 41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내의 사망을 알리는 전화였다.

“오후에 대표한테 덤덤한 말투로 전화가 왔어요. 자기 직원 죽어서 도의적인 책임 어쩌고 하는데 잘, 못 들었어요. 솔직히 듣기도 싫고. 그냥 말하지 말라고, 그러고 끊었죠. 하도 화가 나서. 상중이다 보니깐……. 말할 경황도 없었죠.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어요. 감정 없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야기하더라고요.” (남편 계율)

저녁엔 장례식장으로 좋은친구들 이름의 근조화환이 왔다. 남편은 장례식장 밖으로 화환을 내다 버렸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좋은친구들’ 사무실 풍경. 사진 강혜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좋은친구들’ 사무실 풍경. 사진 강혜민

 

좋은친구들 대표 ‘유서 내용 부인’

비마이너는 엄 대표와 13일, 17일 두 번에 걸쳐 총 43분간 통화를 했다. 엄 대표는 유서 내용을 부인했다.

엄 대표는 김경현이 업무를 하다가 잘못을 해 “재발방지를 위해 경위서를 작성하게 한 적이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자꾸 말을 바꿔서 사실 확인을 위해 녹음을 했다”고 말했다.

유서에는 ‘형사고발’이라는 단어가 세 번 나온다. 이에 대해 엄 대표는 “제가 녹음하지 말라는 데도 제 책상 앞에 핸드폰을 두고 (김경현이) 강제로 녹음을 계속했다. 고발당할 수 있으니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엄 대표는 “김경현이 외부에서 저를 이유 없이 비방하며 다녔다. 이는 법인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이기에 이사회에서 징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재발방지를 위해 했다”고 밝혔다. 엄 대표는 이처럼 동의 없는 녹음과 법인 명예 손상으로 경위서를 딱 두 번 받았다고 말했다.

9월 25일까지 퇴사를 종용했다는 유서 내용에 대해서도 엄 대표는 “그런 적 없다”고 밝혔다. 산재신청 관련해서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산재 신청을 하면 문제 있는 기관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른 보험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경현 사망 후,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엄 대표는 법인 이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직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고인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사실이 없고 업무환경을 악화시킨 적도 없다. 다만, 업무상 미숙한 부분이나 잘못한 점에 대해 지적하고 때론 주의를 준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대표이사로서의 거취는 모든 조사가 끝난 후 밝히겠다”고 했다.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던 좋은친구들은 김경현이 사망한 다음 날인 5일, 고인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곧바로 신규채용공고를 냈다.

‘좋은친구들’은 고 김경현 씨가 사망한 다음날인 5일, 워크넷에 신규채용공고를 냈다.
 
김경현의 부재

김경현은 자신이 사는 인천 부평에서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새로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었다. 김경현과 부평1동 성당(천주교부평1동교회)을 같이 다닌 김성동도 2000년대 초반 인천에서 일어난 장애인운동 현장에서 김경현을 만났다. 이후 김경현이 활동을 시작한 ‘사단법인 장애인자립선언’과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같이 활동했다.

김경현과 김성동은 “자립생활운동의 퇴색”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지역에서 운동다운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10월 중에는 고유번호증 발급을 위해 관할 세무서 등록을 하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경현의 부고를 들었다. 김성동은 “활동지원사업은 안 해봤기 때문에 현재 흐름과 사업 실무에 대해 배우고 싶어 했었던 같다”며 황망함을 표했다. 함께 하자는 동료의 약속은 떠난 이의 “유지(遺旨)”가 됐다. 이제 남은 동료들과 “김경현의 유지를 살려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한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비마이너는 삼일장이 끝난 지난 6일, 사고가 난 현장을 찾았다. 사무실 앞 복도를 따라가면 왼편에 비상계단이 있다. 그 난간 앞에 김경현의 수동휠체어가 그대로 있었다.

남편은 아직 아내의 휠체어를 찾아가지 않았다. 대책위와 ‘나중에 찾아가자’고 이야기해 둔 상태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와이프랑 전화하면서 장난쳤는데 이제 그럴 사람이 없으니깐… 나를 반겨줄 사람이 없으니깐… 오늘도 가면 집에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영정사진밖에 없어요…… 기자님, 이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

김경현은 남편에게 남긴 유서에서 6년 전 떠난 아들 곁에 묻어달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김경현의 장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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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사고 현장에 있던 고 김경현 씨의 휠체어.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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