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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 이젠 냉각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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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독수리 댓글 0건 조회 204회 작성일 23-08-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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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조달 방안 미비, 정책환경 변화, 실제 수요 미반영 등 문제
사실상 거부된 상황, 전장연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속도조절’



2023년 2월 3일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을 위한 275일차 선전전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23년 2월 3일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을 위한 275일차 선전전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최근 정부에 사실상 1조 5천억 원 규모의 2024 장애인 권리예산 관련 요청을 했는데, 정부 반응은 사실상 거절 확정인 상태입니다. 사실 전장연의 요구 사항은 현재 사정으로 봤을 때 전혀 반영될 리가 없는 예산이라는 것이 제 평가입니다. 결국 ‘예산 없이 권리 없다’ 이전에 ‘예산 준비 없이 예산 없다’는 사실을 전장연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들입니다.
정부의 2024년 예산안 편성 원칙에 관한 공식 보도자료 첫 장. ⓒ기획재정부
정부의 2024년 예산안 편성 원칙에 관한 공식 보도자료 첫 장. ⓒ기획재정부

 
이번에 지적하려는 것은 바로 전장연의 ‘장애인 권리예산에 대한 오류들’입니다.

먼저 장애인 권리예산을 그만큼 편성하려면 재원조달 문제까지 같이 건드려야 하는 사안입니다. 요즘은 예산을 편성하기 전 재원 조달방안을 함께 거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체계적인 선거 공약을 할 때도 반드시 실현을 위해 필요한 예산 조달방안도 함께 요구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 편성에 따른 재원 조달방안에 대해 제대로 된 대안이 없습니다. 기계적으로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 삭감을 통한 마련’ 이외에는 전혀 대안이 없습니다. 이 문제는 탈시설을 가속해달라는 요구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집행률 관점에서 거주시설 예산 삭감은 말도 되지 않는 정치적 요구로 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정부의 관점에서는 장애인 예산 중 몇 안 되는 집행률이 높은 예산이 바로 거주시설 예산이기 때문입니다. 집행률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또한, 전장연의 이러한 예산편성을 확실히 하려면 그만큼 세금 인상에 동의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의 현실상 그 정도의 예산편성을 하려면 그만큼 세금 인상을 단행하지 않으면 편성은 거의 불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금 인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예산은 보장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예산을 요구하면, 그야말로 ‘적자 재정 강요’로 이어질 뿐입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적자 재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며 재정 관료들은 그들의 이력이 IMF 경제위기 시절을 경험했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던지라 적자 재정을 거의 있으면 안 되는 절대적으로 금기시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한 재정 관료들에게 확실한 재원 조달방안이 무엇인지부터 확실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재정 관료들이 제일 먼저 재원 조달방안이 짜임새가 없는데 무슨 예산 타령이냐고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계적으로 OECD 평균 수준을 요구하는데, 그 OECD의 주력인 유럽 국가들의 국방예산 대규모 증액 등 장애인 권리예산 편성의 상대적 비중 감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제 유럽은 그야말로 ‘이제 복지가 아닌 군사력 강화가 국가의 제1 목표다’라고 사실상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천하의 중립국을 자처하던 핀란드와 스웨덴마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여 미국과 군사동맹을 체결한 것은 그야말로 이제 유럽은 안보 위기가 심각해졌다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군사력 확장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금기시하던 독일마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정책 선회로 대규모 군사력 강화 정책 노선으로 나가면서, 사실상 유럽은 장애인 권리예산보다 이제 총알 하나, 전차 하나, 전투기 하나가 더 필요한 시점이 되어서 사실상 복지 예산 효율화 등을 위해 삭감 추세가 될 전망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오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총 6년 동안 580조 원가량의 대규모 군사비 지출을 의결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OECD 평균 장애인 예산은 삭감되거나 그 비중은 줄어들 것이며, 군사비 지출이 늘어난 세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장애인 예산 비중 축소 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셈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에 GDP의 최소 2%를 군사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라, 사실상 장애인 권리 챙기기 전에 국가의 안보 존망이 OECD 권역 국가의 최대 위기라는 점을 이제는 전장연도 깨달아야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대만해협 위기나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 군비 증강이 필요한지라, 이제 장애인 권리예산 편성 전에 총알 하나라도 더 늘려야 하는, 사실상 안보 중시 상황이 되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 장애인 권리예산을 요구하면서 실제로 장애계가 필요로 하는 예산 몇몇은 쏙 빼놓고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전장연은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특별 교통수단 운영비 지원,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지원, 장애인 자립 지원 시범 사업 등을 주로 요구했는데, 요즘 장애계가 가장 긴급히 증액이 필요한 예산은 오히려 근로지원인 예산 증액입니다.

최근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근로지원인 수요는 대폭발했지만 정작 예산 부족으로 사실상 근로지원인은 제대로 편성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근로지원인 관련 예산 증액이 시급한 상황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장애인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 문제 등 장애인 고용‧노동 관련 지원 예산 증액 요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장연이 요구하는 것은 권리고, 장애인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떼쓰는 것이라도 됩니까? 오히려 정반대로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근로지원인 예산이 당장 필요한 권리입니다.

일단 근로지원인을 예시로 들었지만, 최근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진 특수교육 지원 등 더 중요한 장애인 예산이 많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실제 장애인 사회가 요구하는 예산들은 쏙 빼놓고 장애인 권리예산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로 집행률을 보장해줄 수 있느냐인 것입니다. 장애인 권리예산을 그렇게 편성해줬다고 손 쳐도 결국 예산의 성과는 집행률과 효율성으로 답해야 합니다. 즉, 모든 것은 결과로만 평가받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장애인 예산 삭감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낮은 집행률 때문입니다. 장애계는 장애인 관련 예산편성 이전에 기존 편성 예산의 집행률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제일 먼저 하길 바란다는 평가를 듣곤 합니다. 장애인 권리예산 편성을 제대로 하려면 일단 집행률부터 높아져야 집행이 잘 돼야 권리예산을 유지할 수 있지, 집행이 안 되는데 무슨 권리를 위하여 요구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분위기입니다. 예산은 편성된 금액이 아닌 지출된 금액으로 평가받습니다. 낮은 예산 집행률의 결말은 오직 삭감뿐입니다.

앞에서 거론한 근로지원인 예산이 왜 가장 증액이 필요한 예산인 것도 바로 집행률 대비 수요가 극단적으로 높아서 2024년 이후에는 대규모 증액을 통해 장애인 노동자들의 수요를 충족해야 하는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로 몇몇 사안은 전장연조차 너무 기다릴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별교통수단 문제는 그만큼의 차량 확보와 인력 확보가 담보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1년 안에 다 해낼 수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집행이 성과를 이루기에는 몇 년 이상 소요되는 문제가 있는데, 이것을 간과한 문제가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재빠르게 먹으면 체하는 법입니다. 차분히 먹어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예산을 급박하게 증액한다면, 아마 엄청나게 많은 소화 해야 하는 원인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지난 코로나19 위기 같은 수준의 사태가 아닌 이상 긴급 대규모 증액은 앞으로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거론한 특별교통수단 문제는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일반 택시의 바우처 택시 적용 등 다른 방식으로 집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 시나리오로 삼지 않고 ‘당장’ ‘즉시’라는 요구는 그야말로 사람으로 치면 ‘식고문’을 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전장연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예산편성은 원래 처음부터 많이 투입하지 않고, 조금씩 증액하거나 거대한 금액은 몇 년 동안 나눠서 편성하는 것이 예산 정책의 원칙입니다.

모든 정책은 단번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책이 왜 정책이냐 하면 바로 오랜 시간이 걸려야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꿔 달라는 요구는 거의 왕조시대 국왕의 전교로 모든 것이 다 바뀌는 소위 왕조시대 같은 일이 아니면 이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끝으로, 장애인 권리예산을 그렇게 편성하면 경제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장애계는 추산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요즘 예산편성의 기본 원칙은 경제유발효과와 고용유발효과라는 가치를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을 정도입니다. 정부가 가장 긴장하는 것은 이러한 경제적 성과가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장애계에는 ‘사회적 비용’ 이론이 있지만, 전혀 이것을 반영한 예산편성 요구안을 못 봤습니다. 장애계가 단 한 번이라도 ‘효과적인 숫자’·‘막대한 표’·‘정부가 얻게 될 돈’ 이 세 가지를 무기로 정부에 압력을 가했는지가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정부를 움직일 무기는 정작 ‘효과적인 숫자’·‘막대한 표’·‘정부가 얻게 될 돈’이 세 가지인데 말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전장연의 예산 요구는 타당성이 나름 있어 보여도 현실성 관점에서는 좀 위험하고, 그야말로 ‘전장연을 냉각장치에 넣고 싶은 심정’입니다. 전장연은 이제 장애인 권리예산 편성에서는 냉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너무 과열된 요구가 많아 이제는 조금 냉각을 거친 뒤 현실성 있는 사안 중심으로 차분하게 요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장연이 이제 역설적으로 살아남는 길은 자신들이 ‘냉각장치에 들어가’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를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제 더 과열되면 여론의 역풍이 우려됩니다. 관심을 많이 받았으면 차분해져야 합니다. 이 정도 관심으로도 충분하니, 더 관심 끌었다간 이제 ‘관종’으로 낙인찍힐 것 같습니다. 정부는 ‘관종’에게 먹이를 전혀 주지 않으니까요. 한마디로 ‘속도 조절’이 당장 필요할 것입니다.

말이야 옳긴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보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한꺼번에 ‘청구서’식 예산 요구는 자칫 투쟁이 투쟁을 낳는 악순환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좀 더 차분해지는 전장연을 장애계와 사회는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전장연은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좋은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심리는 바뀐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야기를 마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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