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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센터 복지시설화’를 둘러싼 세 가지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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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 댓글 0건 조회 191회 작성일 23-07-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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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센터 복지시설화, 기로에 선 장애인자립생활운동 ②

지난 1월 26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복지시설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장애계의 오랜 갈등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다. 현재 이 개정안에 대해 장애인자립생활운동 진영은 찬반으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비마이너는 두 차례에 걸쳐 개정안과 관련한 쟁점 사안을 보도한다. 개정안은 지난 4월 27일 상임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IL센터 복지시설화, 기로에 선 장애인자립생활운동》
① [팩트체크] 활동지원사업 독점한 IL센터, 중개수수료 꿀꺽?
② ‘IL센터 복지시설화’를 둘러싼 세 가지 동상이몽 

장애인권리입법 제정 촉구 및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농성장의 모습. 우측 하단에 작은 텐트가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권리입법 제정 촉구 및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농성장의 모습. 우측 하단에 작은 텐트가 있다. 사진 하민지

국회의사당역 4, 5번 출구 방향 쪽에 최근 농성장이 새로 생겼다. 벽면에는 “장애인권리입법 제정 촉구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천막농성”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고, 여러 피켓이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다. 퇴근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저녁 6시, 그들은 이동형 스크린을 펼쳐 놓고 영상을 보거나, 여러 사람을 초대해 노래를 부르고 발언을 이어간다. 머무르는 사람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지하철이라는 공간 안에 정박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생경하다. 

이 농성장은 지난 5월 11일 저녁에 세워졌다. 농성장을 차린 이들은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Center for Independent Living, 아래 IL센터)들의 전국 협의체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협의회)다. 이들은 농성장을 차리기 이틀 전인 9일 오전 8시,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을 퇴행시키는 개악안’이라며 긴급 투쟁을 선포하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에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재명 당대표의 면담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문제가 된 법안은 지난 1월 26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으로, IL센터를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복지시설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IL센터 정체성’을 둘러싼 오래된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 [찬성] 연합회 “IL센터는 서비스 전달기관, 질적 개선 위해 안정적 예산 필요” 

장애계는 찬반으로 나뉘었다. 양측 입장은 앞으로도 봉합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2000년대 중반 장애인자립생활운동 진영이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된 뿌리와 만난다. IL센터를 ‘어떤 기관으로 인식하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로 포함됐을 때 펼쳐질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른 상을 그리게 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연합회)는 IL센터가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복지시설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이를 ‘IL센터가 법적 지위를 획득한다’고 바라본다. 이들은 지난 1월 26일, 이종성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법안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회는 지난 1월 26일, 이종성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법안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연합회 홈페이지  
연합회는 지난 1월 26일, 이종성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법안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연합회 홈페이지  

연합회는 이러한 주장을 담은 글을 지난 5월 11일부터 보도자료로 지속해서 뿌렸다(6월 18일 기준 다섯 편 발행). 두 번째 글에서 연합회는 “IL센터가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의 전달체계로 법제화되어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자립생활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자립지원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장애당사자의 자립생활 실천을 지원하고, 그 성과는 자립생활운동의 당위성을 증명하게 되며 이후 운동의 동력이 될 것”(이창순)이라고 설명한다. 즉, 연합회가 강조하는 것은 서비스전달체계로서의 IL센터 지위이다. 여기엔 현재 IL센터의 지위가 불안정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올해 기준, 전국 254개소 중 75개소만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1개소당 1년에 1억 6천만 원을 받는다. 2005년 IL센터 시범사업이 시행될 당시 1개소당 1억 5천만 원을 지원받은 현실을 고려하면, 18년간 예산은 사실상 동결 상태다. 운영비가 부족한 IL센터들은 활동지원사업 등 여러 사업을 민간위탁 받아 근근이 운영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IL센터 직원 처우 문제다. IL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다른 복지시설로 이직할 경우, 경력의 80%만 인정받는다(IL센터에서 IL센터로 이직할 경우엔 100% 경력 인정). 경력 인정을 못 받으니 그만큼 연봉이 삭감된다. ‘2023년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한 경력 외에는 ‘유사경력’으로 보고 80%만 인정한다. 유사경력에는 IL센터 직원 외에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한 정신건강전문요원,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 피해장애인쉼터 직원,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직원,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원, 활동지원사 등이 있다.

그러나 이종성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는 IL센터 지원이 아닌 관리‧감독 강화, 즉 ‘감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IL센터를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한다는 표면적 결과는 같더라도, 개정안을 발의한 의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관해 묻자 진형식 연합회 회장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법적 지위를 인정받으면 IL센터도 기본목적사업에 대한 고정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체계적인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게 되어 질적인 부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의 강화된 관리‧감독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 [반대] 협의회 “IL센터는 IL운동의 진지, 복지시설화 아닌 독자적 지원 체계 필요” 

협의회 입장은 다르다. 협의회는 장애인복지시설과 IL센터는 엄연히 기능이 다르기에 하나로 묶일 수 없다고 말한다. “장애인복지시설은 비장애인이 운영 주체가 되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IL센터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민주적 참여를 토대로 운영하면서, 지역사회 중증장애인의 관계 형성과 자력화를 도모하는, 중증장애인 주도의 민주적 조직이자 지역사회 자립생활 운동의 진지”라는 것이다.

국회의사당역 3-2 승강장(당산역 방향) 앞. 선전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주적 운영 방해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악 철회하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중증장애인의 일터이자 터전이다. 시설화 반대한다”라고 적힌 피켓이 보인다. 사진 양유진
국회의사당역 3-2 승강장(당산역 방향) 앞. 선전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주적 운영 방해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악 철회하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중증장애인의 일터이자 터전이다. 시설화 반대한다”라고 적힌 피켓이 보인다. 사진 양유진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로 묶이게 되면, 안정적인 예산 지원과 함께 그에 준하는 운영기준을 요구받게 되고 이는 관리‧감독의 강화로 이어진다. 여기서 관리‧감독이 강화된 구체적 현실의 모습이란 사업 증빙을 위한 ‘더 많은 서류 준비’를 의미하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직원’의 필요다. 중증장애인 대신 빨리빨리 사업기획안을 쓰고 사업을 진행하며 결산할 수 있는 ‘업무처리 능력이 높은 비장애인’이 필요해진다는 의미다. 개정안 통과 시, IL센터에서 중증장애인이 배제되는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까다로운 운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IL센터는 ‘미신고시설’이 되어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역사회에서 “풀뿌리 조직으로서 기능했던 IL센터는 사라지고 대형화된 소수 IL센터만이 실천과 운동성을 상실한 채 전달체계로 남게 될 것”(5월 9일 협의회 기자회견 보도자료)이라고 협의회는 우려한다. 

따라서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로 들어가면 지원이 강화되고 운영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오래된 허상”이라고 지적하면서 “IL센터에 대한 지원은 중증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체계 강화에 대한 정책적 논의에서 다뤄져야 하며,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책과 시설화 방지를 위한 대안적 서비스의 탐색 경로 안에서 발전돼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IL센터의 ‘법적 지위’는 IL센터의 예산 지원 근거가 되는 장애인복지법 제54조를 통해 이미 명시되어 있다고 본다. ‘IL센터의 법적 지위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가 IL센터의 법적 지위와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오히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 이행을 위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고, IL센터 위상 승격과 탈시설‧자립생활지원 내용을 풍부히 담은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1년 11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과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이번 개정안 대표발의자가 탈시설을 부정해 온 이종성 의원이라는 데에서 협의회의 우려는 더욱 짙어진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가 탈시설을 권리로써 보장할 것을 한국정부에 재차 권고하고 있음에도 이 의원은 탈시설을 부정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장애인 2022년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통하여 ‘협약 제19조의 이행을 위해 IL센터에 투자해야 한다’고 당사국들에 주문하기도 했다. 

- [찬성] 복지부 “관리‧감독 강화 필요, 그러나 지금 당장 예산 증액은 어려워” 

이번 개정안에 보건복지부는 찬성한다.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0일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김여진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행정사무관은 “정부가 IL센터에 대해선 국고보조금만 들여다볼 수 있으며 후원금을 어떻게 썼는지 들여다볼 순 없다”면서 “IL센터 후원금이 부정한 방법으로 쓰인다면 그에 대한 불이익은 장애인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 IL센터가 온전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발의된 법안에 복지부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활동가 두 명이 전장연이 아침 8시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하는 선전전에서 “중증장애인의 피눈물이다! 장애인복지법 개악 즉각 철회하라!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복지법 개악 즉시 철회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양유진
활동가 두 명이 전장연이 아침 8시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하는 선전전에서 “중증장애인의 피눈물이다! 장애인복지법 개악 즉각 철회하라!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복지법 개악 즉시 철회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양유진

IL센터 후원금을 정부가 감시할 수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IL센터 법적 지위가 비영리민간단체이기 때문이다. 비영리민간단체는 영리가 아닌 공익활동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단체로 국가 또는 지자체에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다(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소, 각종 협회, 사회적 기업, 시민사회단체, 예술단체, 봉사단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곳들은 정부의 감시와 통제에서 자유롭게 공익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애초에 민간의 자율적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관리·감독을 문제 삼는다면 정부가 이를 통제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만 하다. 이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비영리민간단체 전수조사를 통해 ‘비영리민간단체=(반정부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부정수급’ 프레임을 씌워 탄압하는 행보와도 일부 겹친다. 

실제 4월 26일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이번 사안을 정부의 ‘눈엣가시’ 같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연관 지었다. 이기일 제1차관은 “한자협(협의회를 지칭)은 반대하는 쪽인데 여기가 지금 전장연하고 같이 있는 단체”라면서 “법안에 들어오게 되면 예산은 지원받겠지만 관리·감독이나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질문] IL센터, 장애인복지시설로 편입되면 ‘안정적인 예산’ 지원받을 수 있을까? 

이처럼 세 주체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연합회와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에 찬성하나 찬성 이유가 서로 다르며, 협의회는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말 연합회 측 희망대로 안정적인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을까. 

이제까지 IL센터 예산이 증액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여진 행정사무관은 지난 5월 통화에서 “예산이 없어서”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예산이 없어서’ 수년간 동결됐는데 갑자기 예산을 세 배(75개소→254개소 지원으로 확대)로 늘리는 것이 가능한지” 보건복지부에 물었다. 김 행정사무관은 “장애인복지법상 복지시설로 들어온다면 어디는 드리고, 어디는 안 드릴 수가 없기에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여 254개 시설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드릴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랑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의하면, 장애인복지시설 유형으로 신설될 ‘자립생활지원시설’가 현행 IL센터가 수행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이를 통해 현재의 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과 동일하게 관리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러나 법 개정이 바로 국고 지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는 전혀 다른 문제다.

휠체어 옆 바닥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장애인을 배제시키는 계묘늑약 거부한다”고 적힌 종이가 떨어져 있다. 사진 강혜민
휠체어 옆 바닥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장애인을 배제시키는 계묘늑약 거부한다”고 적힌 종이가 떨어져 있다. 사진 강혜민

전근배 대구사람IL센터 활동가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이 IL센터 강화로 이어질 것인가를 판단하려면 두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정부가 전국의 모든 IL센터를 개정안에 따른 자립생활지원시설로 전제하는가이며, 둘째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보조금법)’을 개정해 자립생활지원시설이 국고지원을 받는 시설로 포함되는가이다.

첫 번째 문제는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선영 전문위원도 제시한 바 있다.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최 전문위원은 “개정안은 장애인복지시설의 유형으로 현재 IL센터에 상응하는 ‘자립생활지원시설’을 규정하면서 현행법 제54조의 IL센터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어 적용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두 조항의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전근배 활동가는 “보건복지부가 애초 모든 IL센터를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의한 자립생활지원시설로 포함하는 것을 전제로 법안 검토를 했다면, 현행법 제54조는 삭제하고 IL센터가 자립생활지원시설 기준에 충족되도록 지원하는 방향을 제시하면 됐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소위 ‘IL센터 추려내기’를 전제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검토보고서에서 “(IL센터가 자립생활지원시설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별도의 인적·물적 기준을 하위법령을 통해 마련”하겠다면서 “개정안 공포 후 1년 6개월 뒤 시행”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모든 IL센터를 자립생활지원시설로 포함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두 번째 문제,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 자립생활지원시설에 포함되는 IL센터들은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보조금법 시행령 별표1’을 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국고보조사업을 명시한 ‘보조금법 시행령 별표1’에 사업명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기엔 장애인복지시설 중에서도 공동생활가정, 장애인주간보호시설, 단기거주시설 등을 제외한 일부 시설(장애유형별 거주시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장애영유아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만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즉, 장애인복지법 개정 후 보조금법 개정으로 국고보조사업에 자립생활지원시설이 명시되어야만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자립생활지원시설은 주간보호시설처럼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이 되어 IL센터의 지역 간 편차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현재 IL센터는 2005년부터 중앙정부가 실시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사업’에 따라 3년마다 공모를 통해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국비 지원과 함께 지방비를 의무적으로 매칭하도록 하여 지역과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을 받는다. 

전 활동가는 “논의 과정에서 개정안이 IL센터의 예산 지원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단 한 번도 표현되지 않았다”면서 “중앙정부 입장에선 국고보조하던 것을 지방정부 책임으로 떠넘길 수 있으니 반색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영에 관계없이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IL센터 언급은 전혀 없다는 점이 지금 IL센터가 직시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지난 18년간 IL센터 예산이 사실상 동결되어 온 점, 장애인복지법 개정 사유에서 드러난 IL센터에 대한 불신,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확인된 이종성 의원과 정부 부처의 모욕적 발언 등만 보더라도 미래는 회의적이다”라고 전했다. 

그가 그린 IL센터 미래는 이러하다. “법이 개정되면 복지부는 1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하위법령을 통해 신고요건을 마련할 것이다. 장애인복지시설의 한 분류로 가는 이상 다른 시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존 복지시설의 인적‧물적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긴 어렵다. 요건이 만들어지고 유예기간이 주어지면 신고요건을 갖추지 못한 IL센터는 자진 폐쇄할 수밖에 없다. 새로 IL센터를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국비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오던 IL센터,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있어 비교적 재정이 되는 지자체에 속한 IL센터, 큰 장애인협회나 재단 소속으로 요건을 갖추기 용이한 주류 단체 부설기관은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대다수 IL센터는 생존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자립생활지원시설로 신고한 IL센터에 대한 예산 확대는 보건복지부 말처럼 미지수이며, 오히려 실질적인 예산 증액은 없지만 복지시설과 동일한 관리를 받음으로써 권익옹호활동을 비롯한 IL센터의 주요 역할은 통제될 것은 자명하다. 결국 IL센터 내 중증장애인의 소외는 심화되고, 이는 자립생활운동의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무엇이 남을 것인지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전근배 대구사람IL센터 활동가)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듣고자 15~16일 이틀간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에 연락했다. 16일 최기전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권한대행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 회의 때문에 국외 출 장 중”이라면서 “급한 상황은 김여진 행정사무관에게 확인해달라”고 문자로 답했다. 김여진 사무관에게는 20여 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통화하지 못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지난 5월 9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재명 당대표의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현 협의회 조직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지난 5월 9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재명 당대표의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현 협의회 조직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현장] “이미 비장애인이 IL센터 핵심 업무 수행… 하위법령으로 통제? 어려워”   

협의회가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지난 5월 9일에는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협의회, 연합회가 만났다. 이날 삼자대면한 진형식 연합회 회장은 “‘장애인 자립을 위해 서비스하자, 운동하자’는 목적은 같지만 방법적인 게 다르다”면서 양측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 개정안을 ‘개악안’이라 칭하며 농성장까지 차린 협의회의 입장은 강고하다. 협의회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IL센터 내 장애인 당사자의 입지가 더욱 흔들리면서 이는 결국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의 퇴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이미 현장에선 오래전부터 ‘IL센터가 당사자성을 잃어 가고 있다’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안정적인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IL센터는 활동지원사업, 자립생활주택사업 등 지자체로부터 각종 민간위탁 받은 사업을 통해 사람을 고용한다. 사업을 수행할 ‘안정적 인력’이 필요하니 IL센터는 점차 자립생활운동에 대한 고민을 가진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보다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로 채워졌고, 이는 운동성 있는 당사자 조직이 아닌 사업을 수행하는 서비스 전달기관으로 경직되는 오늘날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IL센터가 복지시설화된다면 현 상황이 더욱 고착화되리라는 우려는 짙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는 개정안에 찬성하는 연합회도 동의한다. 진형식 회장은 IL센터가 복지시설로 편입되면 중증장애인이 배제될 염려는 “당연히 있다”면서 그러니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기준을 잘 마련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현 협의회 조직실장은 하위법령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미 IL센터 활동가의 과반수가 비장애인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비율이 8:2 혹은 9:1 정도 된다. ‘1’도 내근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권익옹호활동가다. ‘중증’장애인은 몇 없다. 이미 IL센터 핵심 업무는 비장애인이 한다. (IL센터 내) 과반수가 장애인이어야 한다는 자립생활운동 철학이 무너진 지 오래인데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가능하겠나. IL센터 현실이 이러한데 복지시설로 가면 어떻겠나.” 

한 활동가가 5월 9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인 문제는 발달장애인이 잘 안다.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발달장애인한테 맡겨라. 피플퍼스트성북센터”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한 활동가가 5월 9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인 문제는 발달장애인이 잘 안다.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발달장애인한테 맡겨라. 피플퍼스트성북센터”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지난 5월 9일 오전 8시,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복지법 개악안 긴급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는 발달장애인IL센터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들도 있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어 자격 기준이 엄격해져 각종 자격증을 요구받고, 강화된 관리‧감독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발달장애인IL센터가 타격받을 것이다.  

“IL센터는 시설에서 살아온 장애인이 자립할 힘을 길러주는 곳이자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곳, 우리 목소리를 내는 곳,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일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장애인복지시설은 발달장애인을 서비스 대상으로만 본다. 우리는 서비스 대상이 아닌, 같이 일하는 사람이다. IL센터가 복지시설이 되어 비장애인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발달장애인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이번 사안은 운동이 제도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발생하는 필연적 갈등을 보여준다. 지난 20여 년간 팽팽히 맞선 이 긴장을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이제 막 자립생활운동을 시작한 주체, 탈시설 운동의 주체가 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어쩌면 참고사항이 될 수도 있겠다. IL센터는 앞으로도 자립생활운동의 진지로 존재할 수 있을까.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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